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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2020Handal/2020돌아보기 2020. 12. 22. 23:32
가장 기억에 남는 이 사람과의 대화는, 불편한 마음을 풀어내는 모든 시간 속 대화였다. 나는 감정의 시간 순서대로 말하느라 정리를 못하는데, 나의 정돈되지 않은 생각들을 알아서 정리해서 들어주는 감사한 사람 중의 하나다. 한때는 워낙 가깝게 지냈어서 근 3년간의 온갖 이야기들을 다 끄집어내는데도 말리지 않으셨다. 한 귀로 듣고 흘리는 스킬이 좋은 건지, 커피에 집중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성당 활동을 해왔던 10년의 시간 중,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순간은 최근 3년이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새로운 일도 많았고.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소중한 20대의 시간이다. 오늘 본 해리포터 시리즈<불사조 기삳단>에서, 패트로누스 마법을 사용하는데는 행복한 기억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 이 부분에서 엄마가 우리도 이런 행복한 기억 덕분에 삶을 버티고 살아갈 수 있는거라고 하셨다. 맞는 말인 것 같아서 고개가 끄덕여지기는 했다.
멀리서 보니 깨닫게 된 것은, 이 사람이라고 정의되는 내용에 어긋나지 않게 순수하고 깨끗한 사람이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변화를 늘 꿈꾸고 있다. 충분히 고집스럽게 안주할 수 있는 위치인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너무나도 중립을 잘 유지해서 신기하기도 했다. 그렇게보니 내가 너무 사적으로만 생각했고 사람에 대한 욕심이 너무 많았다고 느꼈던 시간이었다.
인생사 기브앤테이크라고, 요즘은 내 마음이 너무 멀어져서 죄송하기도 하다. 인류애를 회복한 후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추억만 되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