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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정리Handal/미니멀 2020. 8. 12. 23:57
얼마 전 3박 4일간의 꿈같은 휴가를 다녀왔다. 매번 당일치기나 1박정도로만 다녀오고, 장기여행이나 해외여행은 가본기억이 손에 꼽는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할 지도 모르겠고, 동행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대충 지내다 후회하고 돌아올 판이었다. 다행히 비행기나 숙소를 바로 같이 정해버려서 다른건 큰 어려움은 없었다. 원래 탈 것과 잘 곳만 정해지면 여행의 준비는 끝났다고 보면 된다더라. 아니 근데 짐은 싸야지... 나는 거의 첫 휴가를 즐기는 만큼 더 잘 준비하고 싶었다! 준비의 첫째는 짐싸기니 계속 쌀 것을 바라만 보지않고 이번에는 짐쌀 내용을 하나하나 메모장에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당연하게 챙겨야하는 칫솔 치약 같은것도 빠짐없이 쓰고, 옷의 경우도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신발을 신을지 자세하게 적었다. 짐싸는것도 능력이라고 하는데, 사실 제일 막막하고 어려운 일이다. 가방을 잠가놓으면 뭔가 빠진것 같아서 계속 파우치를 열어보게되고 뭘 뺄 생각은 않고 또 집어넣을 생각만 한다. 이 또한 "혹시 모르니까" 병이다.
(메모장 체크리스트 사진 - 미니멀한다고 여행 끝나서 지워버렸다 하하)
레슨이 끝나고 복숭아를 먹으며 예전에 신부님께 추천받은 '곤도마리에 :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라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봤다. 지난 번에는 재미도 없는 것 같고 졸려서 꺼버렸는데, 이번에는 빨리감기는 했지만 1화를 끝까지 시청했다. 마리에는 처음 정리를 시작할 때부터 물건을 집었을 때 설레는 물건을 남기라고 한다. 이 설렘의 사전적 정의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들떠서 두근거리다. 인데 무슨 느낌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 사실 보면서도 뭐가 설레는 기분일까? 라고 고민하게 되었다. 저들은 한달 내 노력하긴 했는데 나는 말만하고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너무 오래걸린다고 생각도 했다.
어떻게 설레는 물건을 잘 구분하지? 설렘에 관해 계속 생각하다보니, 정리는 여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여행을 위한 배낭을 챙길때도 꼭 필요한 것만 챙기고, 사용했을 때 기분 좋아지는 것들을 챙기게 되는 것 같다. 집이 아니니 밖에서 꼭 필요한 물건들만 압축해서 쌀테고, 옷도 사진을 찍었을 때 잘 보이고 싶은 옷과 제일 잘 입는 옷 등을 챙겼던 것 같다. 어쩌면 정리는 여행이 아닐까? 가끔 과거로 추억 여행도 하고 물건에 대한 기억들을 되새기며 다시 기뻐하거나 먹먹해지고는 하는 부분에서는, 비슷해보인다. 설레는 것만 남기라는 마리에의 정리와 추억을 쌓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한 준비의 설렘. 오늘은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내일은 시간을 내어 두근거림을 꼭 느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