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비전공자로 노래하기
    기억을 위한 기록/record 2020. 6. 20. 22:43

    @2014년 8월 , 음악캠프에서 멘붕중..

    언제부터 노래하기를 좋아했을까.

    노래를 곧잘 잘한다고 관심받고 예쁨 받는 건 동생이었다. 예전 레크 곡 음원 녹음을 할 때도 동생이 했었다. 첫째와 둘째의 관계가 늘 그렇듯이 언니가 하면 동생이 하고, 항상 동생이 훨씬 뛰어났다. 반면 나는 좋아했지만 좋다고 못하고, 열심히는 하지만 칭찬이나 관심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동생을 부러워하기만 하고 무언가 노력이나 행동은 그만뒀던 것 같다. 동생이 하니까. 그래도 어릴 때 각종 동요를 섭렵하고,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한 번씩은 거친다는 피아노 학원을 통해 음악을 접하기 시작했다. 피아노 학원도 곧잘 다녔는데, 집안 사정으로 학원을 끊은 후에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음악 수업이 전부였다. 중학교 이후에는 일주일에 한 번인 적은 시간이지만 미술보다 좋아하는 과목으로 교과우수상도 몇 번 받았다. (ㅋㅋㅋ)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특별활동을 정하는 기간이 있던 것 같다.(기억이 안난다) 그때 복도에 붙은 합창부 오디션 공고를 보고 무슨 자신감인지 오디션에 참석했었다. 발표도 제대로 못하고 낯가림이 심해서 친구 사귀기도 어렵던 시절에 정말 무슨 자신감이 있었을까? 오디션 곡은 고향의 봄이었고, 양목 소리의 가성으로 겨우겨우 불렀던 기억이 있다. 무사히(?) 합창부에 합격해 메조소프라노 파트에서 졸업 때까지 잘 활동했다. 소심한 성격에 선배들과 큰 교류 없이 조용히 활동한 게 단점 아닌 단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중창단이라도 해볼걸!!!! 합창부 활동을 하며 제일 기억에 남는 건 KBS콘서트홀에서 한국 합창제에 참여한 것이다. 정말 연습도 엄청 했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에 서고, 하나 된 마음에서 나오는 화음에 온몸이 전율을 느낀 건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20대가 다 그렇듯이 노는데 정신없을 무렵 문득 고등학교 때 활동한 합창부가 계속 생각이 났다. 무대에서의 그 전율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었다. 22살 겨울, 결국 서울주보에서 단체모집란의 합창단을 찾아 소심하게 문자 지원을 했다. 예전부터 몇 번 듣기도 하고 연주도 갔었지만, 엄청 잘해서 다 음악 관련 전공자들만 하는 줄 알았고, 성당에서 활동이니 비전공자도 지원은 해 볼 수 있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에... 역시 개미만 한 목소리로 오디션을 보고, 불합격을 장담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나의 무엇을 보고 합격을 주신 건지 궁금하게 합격으로 연습에 참여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다. 마음만 가지고 음악을 하기엔 너무 전문적인 내용이 많았고, 피아노 학원의 악보와는 차원이 다른 4 성부의 종이도 못 읽겠고 음도 못 잡고 어영부영 크고 작은 연주에 쫄랑쫄랑 잘 쫓아다니기만 했다.

    물론 괜찮은지 물어보는 질문에 ‘어려워요!’ 라고는 했지만, 낯가림으로 사람들과 관계하는 기본적인 어려움을 깔고 처음보는 음악과, 처음 보는 악보. 3도 5도부터 시작해서 모르는 각종 단어들은 멘털 붕괴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한글도 제대로 모르고 영어는 포기한 지 오래인데, 가사에 라틴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프리카 노래에는 부족의 글자가. 모르는 언어의 악보가 나오면 내적 한숨을 크게 쉬고, 가사의 발음 적기에 바쁘고 눈치껏 연습 흐름에 탑승 후 집에 와서 네이버와 공부를 했다. 혼자 할 때는 이런 걸 신경 안 써도 되는데 함께 하는 것이고 또 나로 인해 피해를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제일 컸다. 그래서 무식하게 많이 듣고 굳은 손으로 피아노 건반도 눌러보며 안 되는 건 들어서 외워버렸다. 이렇게 6년을 지내니 이제는 새로운 단원이 오면 이해가 되고, 도움은 안 되겠지만 콩알만큼의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작은 음악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ˇ- ˇ⌯)◜‧*・)

     

    -
    혼자보다 함께의 힘이 이렇게 큰 것임을 다시 깨닫는다. 코로나로 인해 모임이 전면 중단되어 성당이나 외부에서나 연습을 하기엔 어려움이 생겨 중단된 채 벌써 반년이 지나 허전함에 들었던 생각인데, 내가 정말 여기에 애정을 많이 쏟았다는걸 알았다. 지금의 근거 없는 자신감의 모습을 만들어준 고마운 노래다. 잘하는 건 아니지만 잘한다고 해주시니 더 열심히 하고 싶고, 연주나 공연을 하고 나면 그 감정을 가지고 또 연습을 이어나간다. 이 시국이 진정되어 얼른 다시 모두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