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을 뛰게 하는 일Handal 2020. 6. 5. 21:37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8 8화 Heart-Shaped Box 내용 중
흉부외과 사수인 테디는 크리스티나에게 하고싶은 수술 목록을 적어오면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모든걸 원하는 크리스티나는 쉽게 희망수술목록을 적을 수 없었다. 어느 날 크리스티나는 테디와 심장이식을 위해 이식할 장기를 받으러 갔으나, 수여자가 사망하여 이식할 장기를 기계에 연결한 채, 다음 수여자가 나올 때까지 심장을 살펴야했다. 기계 안에 있는 심장을 두고 책을 찾으며 희망 수술목록을 작성하던 크리스티나에게 치프인 웨버가 보관중인 심장에 관심을 가지며 다가왔다. 웨버는 희망 수술 목록에 관심을 가졌고, 크리스티나의 목록을 보더니 평범한 것들로 채워진 많은 종이를 보고 한심하게 이야기했다. “뭐가 문제야 크리스티나? 너는 기회를 낭비하고 있어.”띠용. 크리스티나는 답답함과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웨버를 쳐다봤다. 해답을 주려는지 웨버는 심장이 연결된 박스를 가리키며 문제의 답은 심장에 있다고 한다. “열쇠를 사용해서 마음의 문을 열게. 상자안에 든 심장을 생각해.” 그래도 아직 크리스티나는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상자안에 든 심장과 함께 동기들과 식사하며 쉬던 중에도 크리스티나는 답답함에 불평을 늘어놓았다. 동기들은 희망 수술 목록 대신 옛날 이야기를 꺼냈다. 인턴시절 조지가 엘리베이터에서 긴급하게 어텐딩 없이 긴급 수술을 했었던 것,
(아마)그 때 당시에 영웅으로 불렸던 조지, 크리스티나는 뭔가 느낌을 받았다.열쇠의 해답을 얻은 크리스티나는 심장과 대화하며 희망수술목록을 적어내려간다. 아직 상자안에 든 심장을 이해하지 못한 잭슨은 크리스티나에게 그저 장기에 불과한데 이 심장에 반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다. 이에 크리스티나는 친절히,
“이식을 위해 장기를 꺼내면 얼음에 넣고 수여자를 향해 달려가지. 그리고 바라면서 기다리잖아. 그 차가운 죽은 심장이 수여자에게 가고 따뜻해지면서 다시 살아나기를, 하지만 이 심장은 몸에서 떨어지고 나서 한 순간도 박동을 멈추지 않았어. 계속 따뜻한 채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잖아. 이건 엄청난 기적이야! 넌 지금 기적을 보고 있는거야, 그걸 깨닫는 순간 너도 생각이 바뀔거야.
나는 목록에 적은 걸 본 뒤 상자에 든 심장을 바라봐. 만약 그 수술이 상자 안에 든 심장의 반만도 못하다면 내 시간을 투자할 가치도 없는거지. 이 심장은 뭐가 너에게 가장 중요한지를 알려줘. 그게 상자안에 든 심장이 하는 일이야.”
다시 리스트를 작성한 크리스티나는 웨버와 희망수술목록을 교환하고 놀라워하며 만족한다.
-
맨 처음 드라마를 보면서 이 에피소드를 볼 때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수술부분이 징그럽고 자막은 아무래도 번역이 되는거라 잘 읽히지도 않았다. 걸어서 출근하기 좋은 날씨에 길가에서 갑자기 이 장면이 생각나며 ‘심장이 뛰는 일’에 대해 종일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심장이 뛰고 있음을 인지할 때는, 과제 발표 전 틀리거나 실수할까봐 떨리는 상황 또는 낯선 곳이나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나 심장소리가 귀에 들릴정도로 뛰고 있음을 알게된다. 초조하고 긴장되는 순간들에 많이 그랬던 것 같은데, 그럼 기분 좋은 심장박동을 들었던 때는 언제였을지 생각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이후, 성인이 되어 합창단으로 무대에 서서 함께 노래했을 때.
*교사회로 임명장을 받았을 때.
*처음으로 제대로 산을 올랐을 때. (등린이,,,아차산,,)
*함께 기획한 행사나 교육이 시작되기 전에.
딱히 기억에 남는 좋은 두근거림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좋은 두근거림은 당연하게 생각되어 기억에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마 당장 생각나는 것 말고도 기분 좋은 두근거림은 더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두려워하고 조마조마한 일상이 계속되니 내가 점점 죽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상자안에 든 심장 에피소드를 다시 보며, 나에게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은 무엇일지 계속해서 고민하며 살아야겠다는걸 깨달았다. 나를 살아있게 하는 것들과 함께 나아가야지 늘 두려움과 우울에 좀먹히며 지낼 수는 없겠다는 약간의 의지가 생긴다. 이번 주말에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봐야겠다. 나를 두근거리게 하는 일들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