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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와 또 다른 나
    Handal/자기 발견 2020. 12. 1. 23:31

     

    ‘착하게 생겼어. 거봐 잘할 줄 알았다니까. 역시 희정이야.’


    내가 무슨 일을 맡아서 하거나 함께 하면 늘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사실 나는 착하지도 않고 주어진 일을 잘하지도 않고 ‘역시’라는 말을 듣기에는 늘 부족하다. 내가 항상 무슨 일을 하고 난 뒤에 ‘아유, 별 것 아니에요.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잘하지도 않았어요.’라고 말해서 인 것 같다. 그리고 속으로는 ‘내가 잘했군! 칭찬받았으니 다음에도 이만큼, 아니 이만큼보다 더 잘해야겠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강박이 되어서 힘든 상황이더라도 기대에 맞추기 위해서 행동한다. 또 상대에게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지만, 반대로 귀찮은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지런하고 열심이고 착하게 봐주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는 게으르고 미루기를 잘 하는 사람이다. 미리미리 준비할 것 같지만 사실은 벼락치기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고, 잔머리는 있지만 일머리는 없는 게 사실이다. 내가 그렇게 보이도록 사람들 기준에 맞추어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실제로 내가 할 행동(아무것도 하지 않고 신경 쓰지 않기)과는 거리게 멀어진다고 생각한다. =결론은 내가 모든 상황에 솔직하지 못해서 이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바로 풀기는 어려운 것 같다.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말을 놓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나는 그 사람과 관계를 맺은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고 편해져야 마음을 열고 다가간다. 그 이후에는 솔직하게 내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빠른 솔직함을 위해서는 내가 먼저 자주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귀찮음이 많이 가로막기도 한다.

    ‘어? 목소리가 엄청 커지셨네요?’


    사제관에서 중고등부 교사회와 같이 커피를 마실 일이 있었다. 중고등부에 나랑 동갑인 걸 알고있지만 친하지 않아서 존댓말 하는 사이인 교사가 있다. 그때 내가 신부님과 정말 편한 모습으로 큰 소리로 많은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그 선생님이 나한테 했던 말이다. 내가 얼마나 낯을 가리고 말을 안 했으면 저런 말을 할까 싶었다. 그건 아닌데, 나도 편한 사람들과 있으면 말도 많고 웃기도 하며 리액션이 좋다. 그리고 어디에서나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는 성향처럼, 나도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조금씩 따라 하게 된다.

    나는 낯가리고 말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그 장소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기 위해서 내 행동수준을 세팅 중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도 좋아하고 에너지도 많은데 엄마의 성향이 그렇다고 계속 들으니까 나도 따라서 정신이 세팅된 것 같다. 막내는 오이를 잘 먹었었는데, 내가 생 오이와 깻잎을 안 먹는다는 것을 알고 따라서 오이를 안 먹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사람 안에서 느끼는 괴리감에 대해서는 익숙하고 편한 곳에서부터 솔직한 모습을 내비치려고 노력한다. 말과 행동을 일치시켜야 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하고 인정해줄 수는 없으며,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을 가진다.

    -그런데 오늘도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지레짐작해서 솔직하지 못한 모습으로 실망을 줬다. 상대의 기대에 맞추려고 하다 보니, 나를 자꾸 숨기고 거짓으로 포장하는 것 같다. 솔직하려고 해도 ‘아, 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할 거야. 혼나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입을 닫아버린다.
    요즘 ‘혼나겠지? 혼날거야.’라는 생각이 자주 드는데, 많이 혼나면서 자라서 그런가 혼나는 게 무서워서 또 말하지 않는 상황의 악순환이다. 이건 어떻게 풀어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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