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al/반달쓰기

DAY7 : 2019년 5월

희희정 2020. 5. 27. 21:48

 

매년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부르며 온갖 행사들이 몰려있는 달이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 감사해야 할 일들이 많고 축하해야 할 일도 많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챙길 새도 없이 현생에서의 5월은 시즌 행사와 바로 연결되어 일을 해야 해서 매년 봄은 늘 정신없이 일에 치여 살았다. 삭막한 시간 속에 늘어만 가는 야근 시간과 얻는 건 커져가는 지방세포들.... 그런 상황에도 늘 놓지 않는 것이 있는데, 성당에서 하는 활동이다. 쉽게 말하면 봉사인데, 초등학생 아이들을 일요일에 만나 종교적인 내용을 가르치기도 하고 여러 활동들을 하며 함께 하는 시간이다.

특별히 작년에는 이사온 후로 그만두게 된 교사회를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었다. 하고 싶었으나 기회가 닿지 않아 실망하며 다른 활동들을 해 왔는데, 좋은 타이밍에 교사회를 할 수 있어서 냉큼 수락을 했다. 예전에 함께하던 아이들과 다른 연령대라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 아가들이기도 하고 내가 세상에 너무 찌들어서 순수함에 어울리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경력 있는 분께서 이끌어주시고 잘 알려주셨고 먼저 다가와주는 아이들 덕분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게임이라던가 만들기, 미술활동 등 나도 초등학교 때 하고 해 볼 일이 없었던 것에 함께하는 데에 신나 있었고, 동료 교사들과 잘 맞아서 함께 놀면서 일하기 바빴다. 그때는 코로나도 없을 때라 아이들과 야외활동을 하거나 더 자주 만나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게다가 딱 지금이 여름 행사를 준비하는 시기로 놀러 갈 생각이 가득했던 것 같다 ◡̈ 물놀이 ◡̈

지금은 코로나로 아이들을 만나지 못한지 벌써 5개월 째다. 이제는 일상이 너무 허전해서 허무하다. 우리야 코로나에 걸려도 그러려니 할 텐데, 초등학생들이다 보니까 면역력이 약해서 혹시 잘못해서 위험한 상황이 올까 봐 섣부르게 모임이나 활동을 할 수가 없다. 그래도 아이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지금은 아쉽지만 부모님들과 함께하는 밴드를 열어서 작은 미션들로 함께하고 있다. 함께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옛날 사진과는 확연히 다르게 성장한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대견하다. (ㅋㅋㅋㅋㅋ)
이 봉사를 하면서 제일 즐겁고 행복한 것은 때묻지 않은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아이들에게서 얻는 에너지는 너무 깨끗하고 나에게는 큰 힘이 되어 일주일을 버티게 한다. 그렇다고 늘 아이들이 말을 잘 듣고 착한 건 아니지만 (초등학생은 초등학생일 뿐) 지금 생각해보면 다 하나하나 예쁜 추억들이다. 있다 없으니까 그 소중함이 더 크게 와 닿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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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이맘때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다면 여전히 지금처럼 행사에 치여 바쁘게 지낼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이라 앞의 일은 정말 한치도 볼 수 없는 것 같다. 이야기가 잘 되어 퇴사를 하게 된다면, 준비하려는 시험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생활을 하고, 내년엔 어떤 상황이 될 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보통만 하자’라는 모토로 지내온 것보다 열심히 살아볼 생각이다.
지금은 계속 예전 생각들을 끄집어내고 정리하고, 울기도 하면서 정리하는 중이다. 한번도 마음을 다해 지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후회하지 않는 생활들을 하려고 한다. 2021년의 나는 우울을 버티는 삶이 아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