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al/반달쓰기

DAY3 : 듣고 싶은 말

희희정 2020. 5. 23. 23:39

 

 

 

고등학교 졸업을 마치고 남들 하는 것처럼 점수에 맞춰서 대학에 갔다. 초반에는 처음 만나는 사람, 환경, 시스템에 홀려서 즐겁게 다녔으나, 후반에는 사람에 질려서 지금 말하는 ‘아싸’로 무사히 졸업이나 하자는 생각에 휴학 한 번 없이 스트레이트로 졸업을 하게 되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세상에 나온 나는, 얼결에 부모님 등에 밀려 무난한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돈만 벌면 되지 뭐’ 라며 안일하게 생각했던 나는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2년 전에 한 번 그만 둘 생각을 했으나, 마음이 모질지 못하고 의지가 부족해서 퇴사는 흐지부지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준비된 것 하나 없는 건 마찬가지이다. 코로나로 일감도 적어지고 여유도 생기고 하니, 지금 직장에서는 오래 다니기 어렵고 앞으로 혼자 뭐 해 먹고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퇴사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의 준비 중이다.

‘보통만 하자, 평균만 살자’라고 합리화하며 살아온 나는, 무난하게 살고 싶었고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래서 요 몇 달이 제일 힘들었다. 계속해서 내 편일 것 같던 친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고, 주위에 고민이랍시고 이야기를 꺼내봤자 묵직한 주제라 피하기 급급해했다. 나도 말을 꺼내기 어려웠지만..
작년부터 성가대에서 초등부 주일학교로 활동단체를 바꾸었는데, 지금 나에게 가장 힘이 되고 편안한 사람들이다. 나의 고민이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힘을 실어준 말을 해주었다. “지금은 고민은 짧게 하고 뭐든 행동해 볼 시기라고 생각해.” 이후로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들어주고 있다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음을 느꼈다. 요즘 내가 들은 최고의 말이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질러보는 거지 뭐,,

앞으로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잘했다고 인정해주는 칭찬의 말도 좋지만 감정에 공감해주고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말이다. 별말 아닌데도 한 마디가 힘이 되고 의지가 된다. 나도 이런 말을 누군가에게 해줄 수 있도록, 내가 더 힘 있고 중심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단순히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능력은 좋지만, 응원의 한 마디를 하려면 백만 번 고민하느라 사실 듣기만 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았다.. 한 마디 건네기가 어려워서 웃으며 토닥이는 행위로 마무리 짓지만, 나도 힘이 되는 사람이 되어서 받은 응원을 또 널리 전하는 사람으로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