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al/한달쓰기

달에 토끼가 살고 있다고!

희희정 2020. 7. 4. 23:38

아이폰XS 빛번짐, 야간모드 없음 ㅜㅜ

저녁을 맛있게 먹고 기분 좋게 걸어오는 길에 달이 아주 크고 동그랗게 보였다. 알고 보니 오늘은 보름 전날이었다. 달이 크게 뜨면 가장 먼저 보는 게 달 안에 보이는 토끼다. 같이 걸어가던 사람들에게 달에 토끼가 보인 다고 했는데 보이지 않았는지 헛소리만 잘한다고 그랬다. 왜 내 눈에는 토끼귀와 엉덩이와 앞발에 있는 절구통 같은 모양도 보이는 것 같은데 한 명은 헛소리라고 하고 한 명은 있을지도 모르지~ 라며 넘긴다. 내일은 오늘보다 달이 더 밝게 보였으면 좋겠다. 밤 시간에 바람이 제일 선선하니 달 보며 걷기 딱 좋은 시기다. 오늘은 계속 구름이 내 시선을 방해했다.

토끼가 보이는 달에 대해서는 글쓸 거리를 찾겠다고 반달 때부터 적어둔 제목이다. 막상 생각은 났는데 무슨 내용으로 써야 할지 막막해서 한 달을 지나는 내내 쳐다만 보고 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나이 얘기를 하면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고 하니, 그 덕분에 내 눈에는 토끼가 보이는 건가? 다른 사람들보다 경험치가 낮아서 저렙들만 볼 수 있는 특권인가? 온갖 생각이 들었었다. 아니면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토끼인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달 안의 토끼는 현재의 내 모습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고싶은 대로, 생각하고 싶은 대로 해버리는, 달처럼 먼 미래에 안정된 곳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을 내가 보고 싶은 대로 해석한 것은 아닐까, 본능적으로 내 입장을 표현할 때는 같은 사건을 겪어도 내 중심으로 풀어나가고 나도 모르게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말하게 되는 것처럼. 나도 토끼가 보고 싶었고, 어른이의 마음으로 바라본 것일지도 모르겠다.

드라마나 영화도 보던 것만 본다. 책도 편식하고, 음악도 편식한다. 마냥 어린아이처럼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보고싶은 것만 보기보다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싶고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보름에 한 번 찾아오는 토끼를 보는 즐거움은 나에게만 보이는 행복으로 담아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