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퇴사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착하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 마음은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돌아왔다. 나는 지금 상황에 순응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준비의 기간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퇴사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는 많지만, 감정적인 것들이 많이 연관되어 있어서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사회 분위기도 퇴사보다는 잘리는 일이 많고, 취직보다는 취준이 많아 더욱 백수가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다. 안 그래도 줄어든 월급은 내 마음을 더 좁게 만들었다.
나는 왜 일을 할까? 돈을 벌기 위해서? 지금은 먹고 살아야하니까?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목표도 없었기에 지금의 사단이 벌어진 것 같다. (아직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없다.) 유리병 안의 개구리처럼 넓은 세상으로 갈 수 있는데, 나의 한계는 이만큼이라고 경험했기에 딱 그만큼만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VS 그러니까 늦지 않은 지금이라도 새로운 것을 도전해보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미래를 꾸며야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거야.라는 생각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러다 [우리는 왜 일하는가]를 얼마전에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 이상적인 회사들의 내용만 적은 게 아닌가 했지만 아직 끝까지 더 읽어봐야 알 것 같다. 책의 2장 ‘일이 좋은 경우’ 일부이다.
-인간의 본성은 발견되기보다는 창조되는 편이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제도를 설계하면서 인간의 본성을 ‘설계’한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인간의 본성을 설계하는데 기여하고 싶은지 스스로 질문해보아야 한다.
-조직심리학자인 피터 워 교수가 지적한 대로, 자신의 일에 만족하려면 일반적으로 자신이 하는 일의 목적에 대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일에서 가장 큰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일을 ‘소명’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일이란 가장 중요한 삶의 요소 중 하나이며, 그 일을 하는 것 자체로 기뻐한다. 또한 일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부분이며, 자신이 하는 일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고 믿고, 친구들이나 자식들에게 이런 유의 일을 하라고 권한다. 하고 있는 일을 소명이라 믿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서 엄청난 만족감을 얻는다.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내가 일을 하는 마음가짐이 나를 상처 주고 힘들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목적과 신념까지는 아니어도 이런 일이어도 나에게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되는지, 개발하거나 공부할 것들이 있는지 스스로 되물어봐야겠다. 관점을 달리해서 덜 스트레스받는 상황들이 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