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al/한달쓰기

Day4 : "척" 하는 것

희희정 2020. 6. 19. 23:33

내가 유독 다른 사람을 일대일로 만나면 많이 하는 말이 “제가 방해하는 것 아닐까요?”, “제가 이걸 하면 민폐 아닐까요?” “시간 괜찮으세요?” 등의 말이 있다. 거의 반사적으로 나오는 멘트인데 생각해보니 나의 모든 안테나는 타인에게 맞춰져 있었다. 혼자 무언가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내가 그들의 계획이나 일에 끼어들어서 망쳐놓거나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크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고 나와 함께하는, 내가 속해있는 시간을 보낼 때 다른 사람들이 최대한 불편하지 않도록, 만족스럽고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신경 쓴다. 하지만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어떤 때는 못된 마음의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오지랖은.”

언젠가 친구와 특별한 하루를 보내려고 계획을 했다. 서프라이즈 편지도 준비하고, 잠시 바람을 쐬러 이동할 생각이었다. 안 그래도 시험 준비로 이런 시간조차 아까울 수 있으니까 최대한 배려하여 부담 없이 보내려고 했다. 그렇다고 특별히 무언가를 한건 아니고, 선물을 주고 편지를 받는 소소한 행사. 평소 받을 수 없던 편지라 굉장히 희귀(?)한 선물이었다. 이 문장만 아니었으면... ‘나는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을 너에게 내어주는 거야.’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바란건 없지만 공부하지 말라고 한 적도 없고, 더 크게 원하면 원했지 소소하게 보내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이 말을 쓴 이유는 뭘까. 요즘은 백세 인생이라고 하는데 하루씩이나 나와 보내서 본인의 앞길을 막지는 말아라! 그렇지만 선심 써서 좋게 생각해주겠다! 는 건가? 뭐, 자신의 속 얘기를 안 하는 사람이라 아직까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좋은 척하지 않고 감정에 솔직하게 물어보고 이야기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후회를 한다. ‘아, 그때 이렇게 말할걸...”

말할까 말까 할 때는 하지말라고 한다. 괜히 안 할 말을 해서 서로 상처받지 않고 나만 견디면 지나갈 일이다. 이렇게 후회하는 상황이 오면 나도 ‘그런 척’하는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사람이 된 느낌에 자괴감이 든다. 나도 마음은 항상 단순하게 생각하고, 솔직하게 의견을 전달하며 결과에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다. 현실은 아닌 척, 좋은 척, 온갖 척은 다 하면서 착한 애로만 남으려고 그랬나 보다. 다시 나오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 왜 사칙연산만큼 쉽고 간단한 내 의견 말하기가 이렇게 어려울까?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라고 하시만, 나의 모든 안테나를 상대에게 기울여서 생활해왔다. 하루아침에 변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바뀌게 될 성향에 기대 보아야겠다. 어린 시절 가족에게도 말 한마디 못하는 쭈구리였고 학생 때는 가식 대마왕, 직장인이 된 후로는 생각하는 시간이 점차 짧아지며 도덕적인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않으면 일단 이야기하고 보기 시작했다. 이젠 이 안테나를 나에게 돌리고 집중시켜 ‘척’ 하지 않고 나에게는 솔직한 말과 감정을 할 수 있도록 연습해야겠다.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이고 못된 사람들은 벌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