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부주일학교/복음나누기-행사이야기

코로나19 속 우리는,-7월~11월

희희정 2020. 12. 30. 22:17

초딩선물 나도 받았따 히히


계속되는 코로나 19로 우선적으로 준비할 것은 여름행사였다. 자고로 한 해의 꽃인 캠프는 힘든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은 때이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로 모이는 것도 어렵고 떠나는 것도 어렵기에, 아 일단 대상이 초등학생이므로 모든 것은 강제 중단. 그래도 본당에서 하루 정도는 바비큐 파티라도 가능할 줄 알았다. 그래서 모-든 방역수칙을 지키는 아래 작은 게임들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전에 너무나도 보고 싶은 아이들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해서 가정방문을 하기로 했다. 전에는 2번 시간을 정해서 찾아오게 했지만 이제는 직접 찾아가 보면 어떨까 생각해보고 가기로 했다. 첫 기획했던 창간호 소식지와 함께.

소식지 아이디어는 매달 후원하는 곳에서 오는 우편물을 가져오다가, 우리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아이디어고 같이 해보자고 하셔서 소식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디어 내고 글 1번쓰고 우편 셔틀이었을 뿐이지만, 했다는 것 자체가 뿌듯했다. 반응도 좋았고 비대면+아날로그 느낌이라 좋았다. 그리고 매달 할 일이 생겼다는 것도 또 다른 기쁨으로 남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보다는 정신없이 바쁜 것이 낫다.

나는 가정방문이 부모님들의 허락을 받고 - 날짜와 시간을 정해서- 찾아가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준비과정이 복잡하고 어른들의 허락을 구할 것들이 많았다. 개인정보 제공을 동의받은 분들에 한해 주소를 모아서 어느 위치인지 확인한다. 그리고 걸어다니는 시간을 고려하여 동선을 정하고 부모님들께 공지한다. 계획대로 방문이 가능하면 좋겠지만 갑자기 일이 생기거나 시간을 바꾸시는 등 변수가 생기기도 했지만, 이제 그 정도 갑작스러움은 교사 경력으로 해치울 수 있었다. (내가 말고 교감 선생님이..) 소통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고, 계획한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장맛비가 거세서 만약 아침에 비가 온다면 최소인원만 차량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하기로 해놨다. 하지만 다행히 아침에는 날씨가 너무 좋았고, 하루 종일 쨍쨍했다!

첫 만남부터 많이 부끄러워하고 말도 적었던 다섯 살 친구는, 우리가 가자마자 말도 엄청 많아지고 제일 먼저 반겨주었다. 우리를 위해서 직접 고른 마카롱도 선물로 주셨다. (선물이나 음식은 일절 받지 않겠다고 했으나, 준비해 주신 부모님들이 많았다 ^.ㅠ) 매주 분홍색 공주님 옷을 입고 오던 친구는 볼살이 쏙 빠지고 키가 많이 컸으며 이가 빠지고 새 이가 자랐다고 자랑했다. 동생도 매일 엄마 품에만 있었는데 어느새 걸어다니고 있었다. 성당에서만 만나던 친구들을 밖에서 만나니까 더 에너지도 많고 자유로운 영혼들임을 알 수 있었다. 부모님들께 직접 코로나와 마주한 현실에 대한 심각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아마 반가움이 컸던 것 같지만 동물원처럼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친구도 있었고, 평소에도 많이 못 만나던 친구들도 어색할 줄 알았는데 전혀! 오히려 많이 반겨줘서 고마웠다. 아침도 못 먹고 계속 걸어다느라 힘들었지만, 꼬르륵 소리가 행복하게 들릴 정도였다.

점심은 주임신부님 찬스를 썼고 ◡̈ 준비한 선물이 모자랄 정도로 아이들이 우리를 반겨줘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 초심을 잃을 뻔한 순간 내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에너지가 좋고 그래서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느낌이 좋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스스럼없이 다가와주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위험할 수도 있는 행사에 함께 해주시겠다는 결정을 해주신 부모님도 감사하다.

8월 17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올린 후 이후의 행사는 전면 취소되었다. 한달에 참여하면서 종종 성당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올렸다. 한창 코로나가 확산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고, 우리도 이거 저거 계속 시도해보는 내용을 기록해봤다. 그래도 별 이야기는 없지만, 티스토리 앱을 켜면 유입 로그를 확인하라는 표시가 가장 먼저 보이는데, 그 검색어에는 대부분 '코로나 주일학교', '코로나 가정방문', '코로나 주일학교 대책' 등 코로나 시기의 주일학교와 관련된 검색어가 많이 보였다. 2학기가 시작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니 한 해를 어떻게 보냈나 허무해하고 있는 도중 그래도 뭔가 꾸준히 열심히 해왔다고 하시니 뭘 그렇게 생각하고 움직였나 꼭 돌아보고 싶었다.

많은 걸 시도하고 열심히 살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