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희정 2020. 12. 17. 23:06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나의 소중한 사람 목록에도 가족을 넣었다. 가족 중에 가장 힘이 안되면서 힘이 되는 존재가 동생이다.
둘째와 내가 어릴 때부터 지금처럼 친했던 것은 아니다. 다른 형제자매들도 그렇듯이 학교에서 도시락 수저통을 가져오지 않은 날이나, 체육복을 가져오지 않은 날을 빼고는 매일 밥먹듯이 싸웠다. 나도 잘 하고 싶고 관심 받고 싶은데, 동생만 오롯이 그걸 다 차지하니 약오르기도 하고 속이 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머리끄댕이는 기본이고 발로 차고 주먹질도 했었다. (그때 당시에 싸운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건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나, 걔는 걔 라고 인정하는 순간 모든 욕심도 사라지고 ‘내 동생’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아마 고등학생일 때 인것같다. 집보다는 학원과 독서실에 있는 시간이 많고 동생은 나랑 다른 학교로 가서 더 이상 마주칠 일이 없어진 때였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금 상황에서 내 인생의 처음이었던 해외여행, 일본에 다녀온 일이 가장 인상깊었다. 동생은 친구들이랑 해외를 몇 번 다녔지만, 연차없고 부모님의 허락이 두려워 가지 못하는 나는 비행기를 타볼 타이밍을 못잡았다. 물론 나는 작년까지만해도 ‘혼자 하는’ 것을 못하는 사람이었고 늘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등 뒤에 숨기 바빴다. 그러다 재작년 12월에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화를 내고 있으니, 부모님이 동생이라면 같이 다녀와도 좋다고 허락해주시고 시간도 빼고 숙소비도 지원해주셨다. 비행기를 타면서도 왜인지 제주도에 가는 기분이라 설렘은 없었는데, 도착하고 나니 주변에 들리는 언어가 다르고 뭔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에 신기해했다. 그리고 제일 불안했던 숙소와 치안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구글만세! 해외여행의 꽃은 면세쇼핑이라지만 제대로 하지 못했고 출근 때문에 일찍 돌아왔던게 아직도 아쉽다. 하지만 첫 해외여행에서 우리는 우리가 더 가까운 사이가 되어 돌아왔음을 말하지 않아도 느꼈다. ◡̈

# 역시 언니는 언니고, 동생은 동생이구나.
전날 밤에 엄마 아빠가 서로 말다툼을 하셨었다. 해결은 잘 안됐고 여전히 서로 꽁한 상태이다. 다음 날 퇴근하고 돌아와서 함께 저녁을 먹는데 왠지 나는 이상한 기류를 느끼고는 부모님이 좋아할 행동들을 과하게 했다. 결국은 체해서 고통받고 있지만, 의외로 동생이 분위기를 잘 타서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줄 알고 부모님 몰래 카톡을 했었다.
“아까 식사 분위기 이상한 것 같지 않아?”
“아 그래? 그냥 서로 배고파서 그런게 아닌가? 내가 너무 무신경 한듯ㅋㅋ”
“평소에는 ~이랬는데 오늘은 -이랬어, 뭐야 난 네가 아는 줄 알았네.”
“ㅋㅋㅋ나 전혀 몰랐음”
아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