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 계획
6월 1일, 2020년의 반이 지났다. 계획했던 퇴사는 또 이렇게 흐지부지되나 싶다. 역시 사람의 일이라 한치앞을 볼 수 없구나. 밀려오는 답답함에 생각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하루종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병이 도졌다. 해야할 최소한의 일만 하고 아침 일찍 일어난 피로에 기대서 눈을 감았다. 온 몸이 바닥으로 주르륵 흘러내려 흙에 스며들 것만같은 느낌이 오고 그렇게 사라지고 싶었다. 아휴 이럴 것 같아서 - 주말내내 일부러 혼자 있거나 우울할 틈을 주지 않으려고 바쁘게 돌아다녔는데 - 갑자기 일도 밀려오고 감정도 좋지 않으니 최악.
나는 무언가 고민이 있으면 말하면서 정리하고 풀어내는 타입이라고 그랬다. (정답) 사람의 관계도 다른 감정들도 대부분의 경우 동생을 통해서 이야기 하고 정리해 나간다. 좋은 점 이 있다면 머리가 아플만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 나쁜 점은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쏟아내기 때문에 오히려 상대의 감정이 빨리 상하고 부정적인 기운이 옮아간다(고 생각한다). 말하고 나면 확실히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지만 약간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가 된다. 함께 이야기를 해도 결국 다시 생각해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나니까....하하
요즘 그래서 자꾸 혼자 생각하고 곱씹는 시간을 보낸다.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기 전에 충분히(답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생각을 하고 상대를 만난다. 그러니 그들의 조언이나 경험의 말들이 더 잘 들리고, 나의 방식으로 소화되어 결정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 이 과정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온 몸으로 병이 나기 시작했다. 소화가 안되고 잠이 안오는 것은 물론 밥도 안먹히고 무기력하다. 다 코로나 때문이야.
사진의 고양이는 고양이팔자 상팔자,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도 그러했듯이 약간 늦게 찾아온 슬럼프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히 물러갈 수도 있다. 오늘 이렇게 고민했던 흔적을 남기면 이번 주의 나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