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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속 우리는, -초등부 주일학교 3~6월초등부주일학교/복음나누기-행사이야기 2020. 12. 20. 21:17
때는 2월 26일 재의 수요일, 전날 서울대교구에서 2주간 본당의 모든 미사를 중단하는 충격적인 첫 지침이 내려왔다. 뉴스에도 나왔지만, 한국 천주교의 미사 중단은 236년만 이라고 했다. 미사는 중단되었지만, 3월의 우리는 이 어색함을 참지 못하고 계속 만나고 있었다. 저녁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처음에는 몇십 년 만에 주말에 쉬는 건지 마냥 신나기만 했다. 아이들 생각은 가-아끔, 허전함은 있지만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지금만큼 심각한 상황도 아니었기는 하다. 이사 온 후 중단된 청년활동을 잠시도 못 참고 다시 시작한 나인데, 모든 일이 멈춘 채 어떻게 할 방안이 없다는 이유로 포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는 허전함과 현생에 치이며 생기는 피폐해진 감정들로 '나는 교사가 맞나?', '우리는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우리도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에 4월 2일 회합을 빙자한 저녁 모임에 SNS(네이버 밴드)를 개설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스마트폰이 없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고 편부모 또는 조손가정의 경우는 어떻게 하지? 라는 온갖 고민들이 있었다. 닿지 않는 곳까지 신경 쓰고 싶었지만, 그렇게 다 챙기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는 이야기에 일단 해보기로 했다. 초등부는 아이들이 직접 인터넷을 이용해 쓰기보다는 부모님께서 공지를 확인하고 사진을 업로드해주시는 것으로 했다. 첫 시작은 성삼일 동안 온라인으로 미사 드리고 인증숏을 남기는 것이었다. 못 만난 지 한 달 밖에 안된 것 같은데 훌쩍 큰 아이들이 마냥 예쁘고 신기했다. 다들 집에만 있다고 포동포동해지고 키도 많이 크고, 예쁘고 귀여움의 끝판왕들이었다. 생각보다 부모님들께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고 아이들 사진을 올려주신 덕분에 매일 밴드 알람에 행복했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부활절 행사도 온라인에서 이루어졌다. 저학년은 자유롭게 부활 달걀 꾸미기/ 고학년은 ‘부활’글자로 짧게 2행시! 씽크빅 넘치는 아이들의 글솜씨를 볼 수 있었다. 만들기와 꾸미기는 역시 피해 갈 수 없는 부모님들의 숙제.. 하하😂 집이지만 예쁜 모습들을 보고, 꾸며진 달걀들에서 또 다른 부활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많은 작품들에 대한 선물로 과자꾸러미를 준비했다. (초등학생 만세!) 직접 전달할 수는 없어서, 성당 마당으로 시간을 정해서 오라고 한 뒤,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나누어주었다. 정말 잠깐! 1분도 안 되는 시간 마주쳤지만! 연예인들을 보는 듯이(?) 신기했고 보기만 해도 그동안 허전했던 마음이 가득 채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뭐든 하기를 잘했다.
다행히 미사는 4월 23일 재개되었다. 역시 있다 없으니 일상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그래서 다시 만나는 기념으로 그동안 올린 미션 사진들을 모두 출력해서 1층 유리문에 걸어두었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어린이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활기와 희망을 찾아보시면 하는 마음에 준비했다. 그러나 2주 뒤에 제거된 것은 비밀..ㅎ 그러고 나서 새로운 것들을 기획하기 위해, 교사회의 트레이드 마크인 교사 수첩을 6월 직전 받게 되었다. 이제 진짜 교사가 된 기분:) 기존에는 새 학기에 교사 임명식과 함께 받았으나, 코로나 사태는 뭐든 미뤄져도 이해되는 것이 현실.. 그냥저냥 또 흘러가다 종교 행사의 꽃인 캠프(라고 쓰고 하루 놀기..)의 준비기간이 되었다. 저학년 친구들은 면역력이 약하니, 만남은 어렵겠고 고학년 친구들을 대상으로 소소하게 당일치기 게임과 바비큐 파티를 준비했다. 사실 6월도 회합이나 모임을 하면 안됐었는데, 본당 신부님의 배려로 아이들을 위해 잠깐씩 모일 수 있었다. 물론! 제일 중요한 방역수칙은 다 지켰다.
그러나! 어림도 없지!😔'초등부주일학교 > 복음나누기-행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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